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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추측/연구

판도라하츠, 체스(Chess)

 

 


만화 판도라하츠는 다양한 설정들을 가지고 있다. 동화 원작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와 후속작 '거울 나라의 앨리스' 에서는 여주인공 포지션, 앨리스의 이름과 각종 체인들의 이름을 모티브로 가져왔으며 스토리는 전반적으로 그리스 로마 신화의 '판도라' 즉,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 온갖 재앙과 불행이 세상에 퍼지고 상자엔 희망이 남았다는 이야기를 따왔다. 판도라하츠는 또한 복선과 그것을 풀어나가는 것이 잘 되어있다. 시작은 정말 동화처럼 혼잡하고 장난 가득할지도 모르지만 작가가 심어둔 의미가 많다.

 

이 글은, 그 중에서도 4권에서 나오는 빈센트 나이트레이와 오스카 베델리우스의 체스게임에 대해 다루려고 한다. 체스는 만인이 알고 있는 서양게임이며 또한 루이스 캐럴의 동화 '거울 나라의 앨리스' 에서는 세계관이 체스판으로 구성되어 앨리스가 붉은 여왕(퀸)을 만나고 여왕으로 진급하는, 이야기의 공간적 배경이 된다. 판도라하츠 내에서는 작품 초반부 4권에서 진행되는 체스게임이 후에 본격적으로 진행될 작품의 흐름을 암시하고 있다.

http://imgur.com/a/OVaxn#0

- 참고를 위한 앨범 링크입니다. 내용을 알고 계신다면 괜찮지만, 모르신다면 한번 훑어보시고 읽으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빈센트 나이트레이. 나이트레이 공작 가의 일원이나 후에 붉은 눈을 가진 바스커빌의 인간임이 밝혀진다. 오스카 베델리우스와 체스게임을 두었으며, 체스게임이 끝나자 오스카가 말한 것처럼 다루기 힘든 인물이다. 체스게임에서 빈센트는 백(白), 오스카 베델리우스는 흑(黑). 작품 전체적인 구도로 보았을 때, 대립 세력은 크게 두가지로 글렌 바스커빌(리오)가 속한 바스커빌과 오즈 베델리우스가 속한 판도라. 여기서 빈센트가 두는 백을 세력-바스커빌로, 오스카가 두는 흑을 세력-판도라로 칭한다.

 

작품에서 묘사되는 부분은 빈센트가 3개의 말. 폰, 룩, 나이트를 잡고 자신의 퀸으로 체크메이트를 외치는 것이다. 빈센트의 체인은 잠쥐와 데미오스이다. 데미오스는 머리사냥 사건의 주범(험프티 덤프티는 이의 모방범)이며, 동화 앨리스에서는 붉은 여왕이 모티브이다. 빈센트를 대표하는 것이 붉은 여왕이기에 작가가 밝힌 설정에서 빈센트는 항상 퀸으로 체크메이트를 한다고 언급되어 있다. 또한 빈센트는 퀸. 킹의 옆에 있는 말로서 나중에 리오가 깨어나 글렌 바스커빌이 되고나서 자신의 소원을 위해 글렌과 함께 다닌다.

 

 

 

 

 

 

3개의 말 중 폰에 해당하는 것은 엘리엇 나이트레이. 엘리엇은 나이트레이 가의 적자이다. 나름 주인공 주변 인물로서 중요하다고도 생각되나 그는 폰이다. 폰의 특성은 체스판의 끝에 다다르면 승급이 가능하다. 승급한 폰은 다른 말(퀸, 비숍 등)로 바꿀 수 있다. 그러나 엘리엇은 적자임에도, 양자로 받아들여진 길버트가 나이트레이 가의 체인 '레이븐' 과 계약한다. 작품 내에서 빈센트가 폰을 직접 잡는 장면은 나오지 않는다. 이는 자신이 '험프티 덤프티'의 핵심계약자임을 알게 된 엘리엇이 모든 것을 짊어지고 스스로 목숨을 끊기 때문이다. 빈센트는 자신이 직접 처리하려 했던 것 같으나 엘리엇은 단연 거절한다.

 

폰으로서 엘리엇은 14~15권부터판도라와 바스커빌의 싸움이 본격적으로 시작됨을 알린다. 최전선에 있는 폰이 거대한 체스게임을 알리는 셈이다.

 

 

 

 

 

 

 

룩에 해당하는 것은 오스카 베델리우스. 오즈와 에이다의 삼촌으로 성격 좋고 따뜻한 인물이다. 룩의 특성은 직선으로 이동하기에 말이 제대로 움직이려면 게임에서 시간이 좀 흘러야한다. 특별하게 체스에서는 캐슬링이라는 룰이 있어서 조건이 성립하면 킹과 룩의 위치를 바꿀 수 있다. 오스카의 이야기가 자세히 풀어지는 것은 20권이다. 그리고 20권에서 오스카 베델리우스는 죽는다. 바스커빌이 노리는 오즈를 문 건너편으로 보내고 자신은 닫힌 문 앞을 지키는 오스카. 체스에서 빈센트는 룩을 자신의 룩으로 잡는다. 즉, 같은 베델리우스 가의 인물인 자이 베델리우스에 의해 최후를 맞이하는 오스카를 의미한다.

 

룩으로서 오스카는 캐슬링이 주로 킹을 보호하기 위해 쓰이듯, 오즈(킹)를 끝까지 지켜주는 모습을 보여준다. 룩은 이동범위가 넓어 '메이저 피스' 라고 불릴만큼 중요하고 든든한 말이다. 오즈를 비롯하여 길버트, 에이다의 정신적 버팀목이었던 그의 죽음은 역시, 오스카 삼촌과의 소중한 추억을 가지고 있는 그들에겐 충격이었다.

 

 

 

 

 

 

 

 

마지막 나이트에 해당하는 것은 둘이다. 샤론 레인즈워스쟈크시즈 브레이크인데, 여기선 쟈크시즈에 초점을 맞출 것이다. 그 전에 샤론은 왜 나이트에 해당하는지 짚고 넘어가도록 한다. 빈센트는 폰으로 나이트를 잡는다. 오즈일행이 체셔의 공간에 들어갔을 때, 그들을 서포트하던 샤론(나이트)이 에코(폰)에게 당해 빈센트의 인질로 잡히게 된다. 이후 인질 샤론을 두고 빈센트가 쟈크시즈와 거래할 때 샤론에 대한 표현이 나온다. 흑의 나이트, 샤론의 체인 '에쿠우스' 를 나이트의 형상에 비유한 것이다. 이제 쟈크시즈로 넘어가도록 한다. 나이트의 특성은 그 특유의 이동범위이다. 체스에서도 이 변칙적인 수가 될 수 있는 나이트의 활용이 중요시 된다.

 

나이트로서 쟈크시즈는 바스커빌에 가장 위협이 되는 인물이다. 어비스의 의지로부터 받은 어비스의 모든 것은 부정하는 체인 '매드 헤터' 때문이다. 강력한 체스말인 퀸(빈센트)도 자신의 이동범위 밖에서 나이트(쟈크시즈)에게서 공격을 받을 수 있다. 이는 체스말 중 유일하게 나이트에게만 해당되는 내용이다. 빈센트와 쟈크시즈의 사이가 좋지 못한 것도 그런 이유가 아닐까 싶다.

 

 

 

 

 

 

다시금 생각해 해석을 해보면, 4권에서 빈센트와 오스카의 체스게임은 흥미롭다. '거울 나라의 앨리스' 의 모티브도 적절하게 사용하고, 작품 흐름새에 은연하게 체스게임을 집어 넣은 것. 모치즈키 준의 차기 작품이 기대되는 이유도 그러한 이유에서다. 앞서 언급했듯 판도라하츠에는 다양한 의미들이 숨겨져 있다. 이 글에선 체스게임에 대해서만 해석했으나 '어비스' 처럼 아직도 밝혀지지 않은 것이 존재하는 것, 바로 판도라하츠의 묘미이다. 그것을 알아가면서 작품을 감상하는 것이 독자로서는 참된 재미가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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